갑상선 기능 이상에는 크게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으며, 이중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갱년기 장애와도 비슷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해당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고 자가진단을 해보자.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모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의 증가로 신체 대사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정지 시에도 끊임없이 공회전을 하고 있는 자동차처럼 지나친 에너지 소비가 일어나는 것이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땀을 많이 흘리고, 신경이 과민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몸이 더워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서 중년 여성들은 갱년기 장애로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이해하려면 우선 갑상선중독증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흔히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 중독증의 의미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우선 갑상선중독증은 어떤 원인이 됐든 신체에 갑상선호르몬이 과다한 상태를 의미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가 갑상선호르몬제를 과량 복용해도 이런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날 수 있고, 갑상선염 환자의 경우 염증으로 인해 갑상선 조직 파괴가 발생할 때도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증가해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중독증에 장기간 노출되면 골다공증, 심장 부정맥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중독증에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 조직 자체에서 갑상선호르몬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상태로, 대표적인 원인 질환으로는 그레이브스병이 있다. 이 두 가지도 혼용되는 경우가 있어 차이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즉,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주로 그레이브스병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이외에도 갑상선자극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있거나 임신성 갑상선중독증이 있는 경우에도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그레이브스병에서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나타날 수 있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을 그레이브스병을 대신하는 말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레이브스병은 병명이 생소해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거나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발생 빈도가 매우 흔한 질환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의 95% 이상이 그레이브스병에 의해 나타나고 있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곧 그레이브스병을 의미하는 것처럼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그레이브스병을 포함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보이는 질환은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완치가 가능하다. '평생 약물을 복용해야 하고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라는 선입견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면 당연히 치료가 어려워진다. 간혹 병원 치료를 대신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병을 극복하려는 환자들이 있는데, 이런 방법들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키워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의 여러 증상들
다음은 갑상선기능항진으로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증상들이다.
- 목의 앞쪽에 위치한 갑상선이 전체적으로 커져 마치 부은 것 같은 모습이 된다.
- 식욕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체중이 감소한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폭식과 과식이 생길 수 있어 체중이 증가하기도 한다.
- 더위를 참기 힘들어지고 땀이 많이 나서 피부가 축축해진다.
- 맥박이 빨라져 가슴이 빨리 뛰는 것을 느끼게 된다.
- 손을 떠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특히 식사 시 수저를 사용할 때 현저하게 증상이 나타난다.
- 성격이 과민해지고 짜증을 자주 낸다.
- 여성의 경우 월경량이 줄거나 주기가 불규칙해진다.
- 위장관 운동이 증가해 빨리 공복감이 들고 배변 횟수가 증가하여 설사를 자주 한다.
- 일부의 환자는 눈이 돌출되어 매우 놀란 것 같은 모습이 될 수도 있다.
- 체중 감소와 지나친 에너지 소비로 근육량이 줄어든다.
- 일부 환자는 성욕이 감소할 수도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대표 원인, 그레이브스 병
그레이브스병은 1835년도에 아일랜드 의사 그레이브스가 1840년도에 독일 의사 바세도우가 각각 증례를 보고했으며, 일명 '바세도우씨병'으로도 불린다. 이름이 다소 생소하긴 하나, 알고 보면 100명 중 1~2명에게서 발생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유전적 요인, 자가면역성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환자들은 그레이브스병을 100% 유전되는 질환으로 생각해 많은 걱정을 하기도 하나 그레이브스병이 아닌, 질병을 유발시키는 자가면역의 성향이 유전적인 경향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자녀에게 직접적으로 그레이브스병이 발병되지는 않지만 다른 형태의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침입한 물질에 대해 방어하고 공격하는 면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기 몸 안의 물질을 외부 물질로 오인해 공격하거나 파괴하는 자가면역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기능을 하는 것이 자가면역항체인데 대부분의 그레이브스병 환자에게서 그와 같은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 항체'가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자가면역항체는 갑상선을 자극해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생성 및 분비되게 하기 때문에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나타나게 된다. 그레이브스병의 원인은 일부에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
그레이브스병은 전 연령층에서 발병 가능하며, 가임기 여성에게도 발병할 수 있다. 갑상선중독증의 증상이 있으면서 미만성 갑상선종이 있는 등 전형적인 임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에는 진단이 어렵지 않지만, 그 밖의 다른 원인에 의한 갑상선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서는 몇 가지 검사를 필요로 한다. 갑상선 기능 검사, 자가면역 항체 검사, 갑상선 초음파 검사, 방사성동위원소 검사 등이 그것인데, 방사성동위원소 검사를 할 경우에는 임신 여부를 반드시 알려야 한다. 임신 중에는 방서성동위원소 검사를 반드시 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갑상선자극 호르몬 수용체 항체 검사 및 도플러 초음파 검사의 도입으로 방사성동위원소 검사의 필요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레이브스병의 증상과 치료법
그레이브스병에 걸리면 과다 생성 및 분비된 갑상선호르몬에 의한 증상과, 기타 자가항체 등이 유발하는 전신 및 국소 기관에 발생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갑상선이 커지며, 약 30%의 환자에게는 안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갑상선 안질환은 경미한 눈꺼풀 이상만 나타날 수도 있지만, 눈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안구 뒤에 안구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외안근의 비후, 혹은 안구 뒤 지방세포의 비후 때문이다. 이런 경우 눈의 돌출로 인한 외관상의 문제뿐 아니라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현상, 또는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력 상실까지 초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자마다 심한 정도가 다르므로 모든 환자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증상 또한 각기 다를 수 있다.
갑상선 안병증의 경과는 그레이브스병의 치료 경과가 호전되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아서 갑상선 치료 내과 전문의와 안과 전문의의 협동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그레이브스병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약물 치료, 방사성동위원소 치료, 수술적 치료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항갑상선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를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데, 40~70% 정도는 완치가 되지만 이중 일부에서는 재발하기도 한다.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상승된 호르몬에 의한 증상이 지속되므로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호르몬 수치를 관찰하며, 처방된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약물 치료는 대략 12~24개월 정도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치료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보통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 항체가 음성으로 진행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물 치료를 해도 자주 재발하는 경우, 약물 용량 조절이 어려운 경우, 약물 부작용으로 더 이상 약물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방사성동위원소 치료 및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는 방사선의 일종인 '베타선'을 내는 요오드를 복용해 갑상선에 흡수되면 주변 2~3mm 내의 조직을 파괴하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를 하면 호르몬을 만드는 갑상선 조직이 줄어들게 되므로 호르몬 방출을 줄일 수 있다. 방사선 피폭은 비교적 낮고, 임산부나 수유 중인 환자를 제외하면 거의 부작용이 없어 미국 등의 다른 나라에서는 항갑상선제나 수술보다 일차적으로 선호되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환자들은 방사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때문에 이보다 약물 치료를 선호하고 있다.
수술적 치료는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로 해결이 안 되는 경우에 주로 시행되고 있다.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조직을 제거함으로써 호르몬 합성을 줄이는 원리이다. 하지만 수술 후에도 5~10%에서는 재발이 일어나기도 하며, 25~30% 정도에서는 갑상선기능저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항갑상선제는 갑상선 조직을 줄이는 치료가 아니라 갑상선호르몬 합성을 억제하는 치료 방법이고,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는 약물에 의한 내과적 방법으로 갑상선 조직을 줄이는 치료법이며, 수술은 외과적 방법으로 갑상선 조직을 줄이는 치료법이라 이해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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