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야기한 갑상선과 관련하여 갑상선 질환의 원인과 그에 따른 종류, 또 질환을 진단받기 전 이루어지는 검사까지 함께 글을 정리해 보려 한다.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자가면역성의 문제
갑상선 질환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는 갑상선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종양성 질환으로 갑상선에 암이나 혹(양성 결정)이 생기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갑상선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갑상선은 적정량의 갑상선호르몬을 생산하고 분비할 때 제 기능 한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이유로 인해 갑상선이 과다하게 호르몬을 분비하거나 반대로 필요보다 적게 분비하면, 갑상선의 기능에 이상이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갑상선 기능 이상과 갑상선종의 가장 흔한 원인은 갑상선호르몬의 재료인 요오드 섭취의 부족 때문이라고 알려져 왔으나 꼭 그렇지는 않다. 요오드가 많이 들어 있는 해조류와 해산물의 섭취가 풍부한 우리나라의 경우 갑상선 기능 이상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인체의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만들어 내는 면역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항체를 만들어 오히려 자기 몸의 정상세포를 외부 물질로 오인해 공격하게 되는데, 이러한 항체를 '자가면역항체'라고 하며, 그로 인한 질환을 자가면역질환이라고 한다.
갑상선 세포의 갑상선자극호르몬 TSH 수용체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면 갑상선호르몬이 과다 생성되어 갑상선기능항진증, 즉 그레이브스병이 발생하며, 반대로 갑상선 세포를 파괴하는 항체 및 갑상선 세포를 죽이는 임파구가 만들어지면 갑상선이 파괴되어 결국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고, 이로써 갑상선기능저하증, 즉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발생한다. 그레이브스병과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모두 자가면역질환이다.
갑상선 암은 갑상선 세포의 성장을 담당하는 유전자 중 하나가 돌연별이를 일으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임기 여성에게 나타날 확률이 남성에 비해 2배 이상 많다고 한다. 때문에 여성호르몬과 갑상선암의 발생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명확환 결론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갑상선 질환은 매우 흔하지만 대부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양호한 예후를 갖는 '착한 질환'이다. 그러나 흔하고 착한 질환이라는 이유로 방치한다거나 전문의가 아닌 민간요법 등에 귀 기울인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치료 가능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갑상선기능저하증
갑상선에 기능 이상이 나타나게 되면 신진대사가 지나치게 촉진되거나 저하되어 여러 가지 신체 변화와 이상증세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을 가리켜 각각 '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 부른다. 간혹 갑상선 기능 이상 자체를 질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항진증과 저하증은 그야말로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몸상태를 의미할 뿐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땀이 많이 나고 더위를 심하게 느끼는 게 특징이다. 또한 식욕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 변을 자주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경우가 흔하며 손이 떨리기도 한다. 저하증과 마찬가지로 월경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아 증상이 다양하나,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증상 없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으로는 피로감과 무기력감, 그리고 식욕이 떨어지는 데 반해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다. 변비나 소화불량, 주위에 민감해지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며, 월경이나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갑상선에 기능 이상을 보이는 질환은 갑상선이 전체적으로 커지는 게 보통이지만, 형태에 변형이 없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갑상선의 형태가 변하더라도 갑상선 기능에는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따라서 갑상선의 기능 변화가 반드시 갑상선의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
갑상선염
갑상선염이란 갑상선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급성 세균성 감염부터 만성 자가면역성 갑상선염까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염증 질환이 발생한다. 세부적인 증상과 병의 원인, 발병 속도에 따라 급성 갑상선염, 아급성 갑상선염, 만성 림프구성 갑상선염, 무통성 갑상선염 등으로 분류한다. 급성 갑상선염은 과거에 갑상선 질환을 앓았던 환자에게 세균이나 미생물이 침입하여 갑작스럽게 발병하고, 아급성 갑상선염도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발생 전 감기 등의 병력이 관찰되는 질환이다. 세균 감염 외에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나타나는 갑상선염으로는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있으며,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변형으로 추정되는 무통성 갑상선염과 출산 후 발생하는 산후 갑상선염도 있다.
급성 갑상선염은 세균 등에 의한 감염이므로 즉각적으로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고, 필요시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치명적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초기의 아급성 갑상선 염이나 무통성 갑상선염은 일시적인 갑상선기능항신증을 나타내며, 하시모토 갑상선염 역시 초기에는 항진증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증세를 완화시키는 치료를 적절히 해야 한다.
갑상선 결절
갑상선 결절이란 갑상에 혹이 생겨 갑상선의 형태에 이상이 오는 경우를 말한다. 갑상선결절은 매우 흔한 질환이다. 크기가 작아 만져지지 않는 결절은 이보다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절은 그 자체로 무조건 심각한 질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갑상선결절이 양성인지, 악성인지를 감별 진단하는 것이다. 검사 결과 갑상선결절이 악성을 나타낸다면, 그것은 암을 의미하며 추후 재발과 전이가 가능하므로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라 그 빈도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으나 일반적으로 갑상선 결절의 약 10% 정도가 갑상선암으로 진단된다. 따라서 갑상선에 결절이 발견된다 하더라도 확률적으로는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는 양성 결절인 경우가 더 많으므로 불필요한 걱정을 미리 할 필요는 없다. 또 양성 결절로 진단이 되면 지속적으로 크키가 자라서 특정 증상을 유발하거나 미용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수술적인 치료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 다만, 수술 전에 시행하는 초음파 검사, 세침흡인세포검사만으로는 악성과 양성을 100% 구분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므로 갑상선 결절이 있을 경우, 결절의 크기나 모양의 변화 양상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추적관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초음파 검사로 갑상선 결절의 크기나 모양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갑상선암의 가족력과 방사선에 노출된 과거력 등 여러 가지 임상적인 위험인자들을 꼼꼼하게 따져본 다음 세침흡인세포검사결과 등을 종합해, 악성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로 확실한 진단 겸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갑상선 결절은 자라는 속도가 빠르지 않아 이렇다 할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게는 결절이 식도나 기도를 압박하여 음식물을 삼키기 힘들거나 호흡이 곤란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대게 수년간에 걸쳐 결절이 커진 경우에 생기는 증상으로, 주로 노인층에서 나타난다. 이 밖에도 결절은 갑상선 주위 조직에 유착되어 자라기 때문에 성대를 침범해 목이 쉬거나 기도 압박으로 인한 호흡 곤란, 기침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수개월 사이에 통증을 동반하며 갑자기 결절이 커지는 경우라면 갑상선암을 의심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크키가 크지 않은 갑상선 결절은 증상만으로 갑상선암 여부를 진단할 수 없다. 따라서 결절이 발견되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정밀한 검사를 시행하고 수술적 치료의 필요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도록 한다.
갑상선암
갑상선암은 갑상선에 악성 결절(종양)이 생긴 것을 의미한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되어 갑상선 내에서 크기가 커지게 되는데, 양성 결절과 마찬가지로 겉에서 손으로 만져지거나 초음파상 주위의 정상 갑상선 조직과 구별되는 결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갑상선암은 '거북이암' 또는 '착한 암'으로 불릴 만큼 진행이 매우 느린 암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이 매우 낮고, 재발이나 전이도 드물어 예후가 매우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거나 수술 이후 보조치료와 재발에 대한 정기 검진을 소홀이 할 경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재발이나 폐, 뼈 등의 원격 장기로 전이가 일어날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런 경우, 다른 암에 비해 항암제 등 수술 이외의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고, 방사성 요오드 치료에 대한 반응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진단 당시에 병의 진행 상태를 면밀히 파악하여 가장 적절한 수준의 치료를 제때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정상세포의 변이로 나타나게 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자신의 유전 정보, 즉 세포 자신이 언제 생성되어 어느 시기에 노화되고 중어야 할지에 대한 정보를 DNA에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가 발암물질이나 방사능 등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면 죽어버리거나 암세포로 변한다. 변화된 암세포는 잘못된 DNA 정보를 지니게 되어 죽어야 할 시기에 죽지 않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급속도로 전이가 이루어 진다. 갑상선암 역시 폐, 위, 간 등의 다른 신체 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는데, 다른 암에 비하면 매우 드문 편이다. 갑상선암이 생기면 갑상선 주위 조직인 기도나 식도, 신경 등을 파고들어 종양이 자라기 때문에 호흡곤란이나 목소리 변화,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상태 등의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갑상선암은 세포의 조직학적인 특징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며, 유두암, 여포함, 역형성암, 수질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유두암이 갑상선암의 75~80%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갑상선 유두암의 빈도가 외국에 비해 더 흔하여 90% 이상을 차지한다. 갑상선 유두암은 다른 종류의 갑상선암에 비해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우리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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